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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o's Blog/경제 상식 키우기

[교양경제학]리스크는 무조건 피해야 하나?




미래는 늘 불확실하다. 우리는 누구나 미래라는 짙은 안개 속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리스크(risk)와 마주해야 한다. 슬기롭게 피해야 할 리스크도 있고, 용감하게 끌어 안아야 할 리스크도 있다. 리스크에 맞서려면 먼저 리스크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수도 있는 그 숱한 위험 가운데 경제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글경제의 리스크를 더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현대 금융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리스크에 관한 사고의 혁명은 진행형이다.

 

지난 연휴 때 재규어씨는 침울했다. 지금 최선의 삶을 살고 있는 건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괜찮은 대학 경영학과를 나와 괜찮은 직장을 잡은 그런대로 잘나가는 월급쟁이다. ‘88만원 세대의 불운을 피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만 경쟁이 힘겨울 때나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해 할 때는 연봉은 적더라도 오래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무원의 길을 선택해야 했다며 후회도 많이 한다. 한편으로는 불같이 일어나는 벤처기업을 차리거나 댄 브라운(Dan Brown)같은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는 쪽에 승부를 걸어볼 걸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는 누구나 재규어씨와 같은 고민을 안고 산다. 몸값을 높이는데 투자 할 때나 금융자산에 투자할 때 늘 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 수익성이 높은 투자는 안정성이 떨어지고 비교적 안전한 투자를 하려면 그다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상충관계(trade-off)에 있는 두 가지 가운데 한 쪽을 택하는 것은 늘 어렵다. 1952 25세의 경제학도였던 해리 마코위츠(Harry Makowitz)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시카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그의 화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온갖 상충문제에 부딪힐 때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이었다. 특히 기대수익률(expected rate of return)이 높을수록 더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충문제를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하면 최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가가 핵심적인 물음이었다.

마코위츠는 포트폴리오 선택(Portfolio Selection, 1952 3 Journal of Finance)’이라는 제목의 14쪽짜리 논문으로 그 물음에 답했다. 여러 자산의 묶음을 뜻하는 포트폴리오(portfolio)의 수익률과 리스크의 관계를 다룬 이 짧은 논문은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래된 격언을 정교한 이론으로 바꾸어 놓았다. 투자자산의 수익률 뿐만 아니라 리스크를 중시하고, 개별 자산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에 주목한 그의 사고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분산투자(diversification) 전략으로 투자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금융과 투자의 정글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발전했다. 이 기념비적인 논문을 쓴지 38년 후 마코위츠는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투자자산의 리스크는 수익률의 변동으로 가늠한다.

 

정글경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느닷없이 다가오는 리스크는 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리스크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만큼 많은 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투자론에서 말하는 리스크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미래를 가리고 있는 불확실성의 안개가 짙을수록 우리가 마주할 리스크도 커진다. 미래가 우리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투자론에서는 어떤 자산의 수익률이 기대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날 확률이 높을수록 그 자산의 리스크가 크다고 말한다. 이런 리스크의 개념은 확률 분포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글전자와 아마존 식품 주식에 투자할 때 기대되는 수익률의 확률 분포를 생각해보자. 다음 표는 정글정자의 주가가 경기변동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데 비해 아마존 식품 주가는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기(확률)

주식투자수익률(%)

정글전자

아마존식품

활황(0.3)

100

20

보통(0.4)

15

15

침체(0.3)

-70

10

 

  이 때 정글전자와 아마존식품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15%로 같지만 수익률의 표준편자(standard deviation)은 큰 차이를 보인다. (수식만 봐도 진저리를 치는 이들은 표준편차를 계산하는 대목은 건너뛰어도 좋겠다. 기대수익률은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주식투자 수익률에 각각의 상황이 나타날 확률을 곱하는 식으로 구한 가중평균수익률이다. 표준편차는 각각의 상황 별 수익률이 평균값에서 얼마나 멀리 흩어져 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숫자다.)
 

 

예상되는 경기 상황을 세 가지로만 나누지 않고 수없이 많은 경우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정글전자 주식 수익률의 확률분포는 그림의 녹색 벨 커브(bell curve)와 같은 매끄러운 모양이 될 것이다. 아마존식품 주식의 기대수익률(평균)은 정글전자와 같지만 수익률 변동성(표준편차)은 훨씬 적으므로 파란색 벨 커브와 같은 확률분포를 나타낼 것이다. 이처럼 기대수익률이 같은 두 주식 중에서는 수익률 변동성이 작은 쪽이 당연히 투자 리스크도 작다.

두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다르다면 변동성의 상대적인 크기를 비교해 보아야 한다. 기대수익률에 비해 변동성이 얼마나 큰가를 가늠해보기 위해 흔히 표준편차를 기대수익률로 나눈 값인 변동성 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를 구해본다. 정글전자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70%, 수익률의 표준편차가 30%이고, 아마존식품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5%, 수익률의 표준편차가 3%라고 하자. 정글전자의 변동성계수는 0.42인데 비해 아마존식품의 변동성 계수는 0.6이다. [30/70=0.42, 3/5=0.6] 변동성의 절대적인 크기만 보면 정글전자주식이 훨씬 위험해 보이지만 기대수익률을 감안한 상대적인 크기를 보면 아마존식품 주식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자산의 리스크를 수익률의 변동성으로 가늠할 수 있다는 이러한 생각은 수많은 금융이론의 바탕에 깔려있다. 직업 선택에 따른 리스크도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직업별 예상 소득에 비해 그 변동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고 리스크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는 분산투자다.

 

사람들은 위험을 싫어한다. 지나치게 굴곡진 삶보다는 평탄한 삶을 바란다.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일을 할 때나 백수가 되었을 때나, 투자에서 돈을 벌 때나 잃을 때나 소비와 생활수준을 고르게 유지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의 이런 성향을 위험회피(risk aversion)라고 한다.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은 우리가 안기 싫어하는 리스크를 줄이거나 없애는 수단을 (적정한 가격에) 제공한다. 우리는 온갖 보험제도와 투자 손실을 회피하는 헤지(hedge)수단과 여러 자산에 나누어 투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하는 기법을 활용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분산투자는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지금 이 세상에 나와있는 금융제도와 기법을 다 활용해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힐 모든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재규어씨의 고민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직업 선택에 따르는 리스크는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 위험을 덜어주는 완벽한 보험상품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이를테면 재규어씨가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경영학을 배우지 않고, ‘한국의 댄 브라운이 되려 문예창작을 공부하다 생계마저 걱정하게 되었을 때, 그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보험상품은 없는 것이다. (로버트 쉴러 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가 이런 리스크에 대비한 생계보험 Livelihood insurance’이라는 걸 제안하기는 했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하지만 재규어씨는 금융시장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해결 할 수 있다. 효율적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회피적 투자자(risk-averse investor)들은 위험을 안는데 대한 적절한 대가를 요구한다. 이는 투자자산의 리스크가 높을수록 기대수익률도 높아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기대수익률과 실현수익률 realized rate of return 은 다르다. 정글전자 주식의 기대수익률은 15%이지만 실제 수익률은 100%도 될 수 있고, -70%도 될 수 있다.) 존 록펠러(John Rockefeller)는 저축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부자가 되려면 남들보다 잘 하는 분야에서 값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그러자면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으면서 보상이 부족한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